기차는 꾸준히 덜컹거렸다. 잠들 자기 위해 눈을 감았다가도 몇 초 되지 않아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유가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구분되지 않은 자리에서는 소움이 손쉽게 퍼져나갔고 밤은 깊어가는데 소움은 가라앉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고함치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 칭얼거리는 아이의 울음 소리, 신문을 넘기는 소리와 싸구려 맥주 냄새, 매캐한 담배 향기가 혼잡스럽게 뒤섞였다. 기차 안의 모두가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 길어지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 놓인 앞 사람의 손을 바라보며 의자 깊숙이에 몸을 묻었다.
마주 앉은 좌석을 고른 것은 실수였다. 원래 기차 예약은 내 손으로 해야하는데, 일이 바빠 친구에게 부탁한 것이 흠이었다. 친구는 변명하듯 자리가 없었다고 했지만 사실의 여부는 알 수 없었다. 이제 와서 취소를 할 수도 없었다. 밤 기차가 아니라 낮 기차를 탔어야하는 건데. 건조한 눈을 감았다가 뜨며 연신 후회를 곱씹었다. 이제 와 생각해봤자 하등 쓸모 없는 것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