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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09 Sweet dead ending
2016. 4. 2. 01:26 category : 2016

  에드윈은 그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자살과 타살을 막론하고 그의 죽음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웠으므로. 그건 오만이자 자만이었고, 동시에 진실이자 당위였다. 한계를 모르는 그의 능력은 죽음마저도 부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속되는 삶을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끝을, 영원한 안식에서 오는 달콤함을 혀 끝에 머금고 싶었다. 그건 단지 호기심이었지만.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던 죽음과 가장 가까운 것은 모든 장기의 기능이 정지하는 것으로,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다. 삶은 죽음을 위한 것이라고, 죽음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앗아가는 건 불쾌한 일이었으므로 용납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게 가능할 거라 여기지도 않았는데.


  시그리드.


  언제나 모든 당위를 부수고 내 예상을 벗어나는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신? 천사? 악마? 에드윈은 눈을 느리게 깜박이며 손을 들었다. 쏟아져 내리는 머리칼을 뒤로 넘기고, 눈물이 떨어지는 눈가를 매만진다. 의식이 없을 텐데도 울고 있는 게 신기했다. 시그리드. 다시 한 번 이름을 불러도 그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다 틀렸어. 에드윈은 조금 웃으며 생각했다. 당신은 그냥,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야. 단지 그뿐이지.


  당신의 손에 죽을 수 있어서 기뻐요...
  ......
  혀 끝은 생각보다 쓰지만.


  조금씩 숨이 차오른다. 피가 식도를 역류하는 게 느껴졌다. 많은 말은 하지 못할 거고, 어차피 당신은 내 말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에드윈은 눈을 오랫동안 감았다가 다시 떴다. 궁금했던 것을 알았으니 온전히 기뻐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손에 쥐었던 것을 놓고 싶지 않은 이유 역시,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잊지 말아요, 시그리드 예르페.
  어...?
  사랑해요.


  아, 이것조차 사랑이라 할 수 있다면.
  에드윈은 기꺼이 쥐었던 두 손을 피며 눈을 감았다. 그토록 바라던, 달콤한 종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