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50817 예상하지 못한 미래

doriha 2016. 1. 18. 00:23

  그 날도 아무 것도 먹지 못한 날이었다. 심지어 A는 무언가를 훔쳐오려다 걸려 흠씬 두들겨 맞은 날이기도 했다. 나는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A를 부축하며 며칠 째 머무르고 있는 폐가로 갔다. 나를 따라온 C는 A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A는 상처를 건드릴 때마다 신음을 내뱉었으나 그 외에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할 말이 아주 많았으나 A에게는 집으로 가자는 말과, C에게는 울지 말라는 말을 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오랫동안 씻지 못해 나는 악취를 가지고 낡은 옷을 입은 채 걸어가는 세 아이에게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을 변두리에 있는 폐가는 몇십 년 전, 그곳에 살던 일가족이 자살한 이후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꺼림칙하다는 이유로 방치된 채 잊혀졌기 때문에, 벽은 거의 무너지고 지붕은 반이 날아가 있었다. 쓰레기와 벌레가 곳곳에 널려 있는 건 당연했다. 나는 며칠 전 내린 비에 젖은 나무 판자 조각을 발로 치우고 그나마 멀쩡한 방으로 A를 데려갔다. 머물 곳 없는 우리에게는 이마저도 호사라는 걸,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멍이 든 것뿐이야.


  뼈대만 남은 침대에 몸을 기대고, A는 말했다. 어차피 상처를 치료할 약이나 붕대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반쯤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다. 대신 무어라 말하려다 입을 다물어버렸다. 울음을 참은 채 문가에 서 있는 C에게는 잠자리를 챙겨놓으라고 일렀다. 그나마 멀쩡한 바닥 위에 담요를 까는 것이 전부였지만.


  왜 그랬어?


  나는 조용히 물었다. 벽 위로 바퀴벌레가 지나가고 있었다. A는 시선을 피하다가, 바퀴벌레가 사라진 이후에야 내 눈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내가 그러지 말란 법은 없잖아.

  그런 건 늘 내 역할이었어.


  A는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때마침 C가 다 했다며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나는 A를 바라보다 잠자코 방을 나가며, 그의 말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지 말란 법은 없잖아, 라니.

  문득 예상하지 못했던 미래를 떠올렸다. 언제나 삶은 예상한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새삼스레 곱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