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50831 더그레이, 무제

doriha 2016. 1. 18. 00:27

잠들 수 없는 밤, 어두운 빨강 쇼파, 손 사이로

(연성 파레트 71.)



  밤이 깊어도 거리는 잠들지 않는다. 또각이는 구두 소리와 작게 들리는 욕설, 그 외에도 소소하게, 설명할 수 없는 소음들이 새벽을 뒤흔든다. 갤러리 2층, 거리를 향해 뻗어 있는 창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그런 소리들이 파도가 밀려오듯 그대로 쏟아져 들어왔다. 잠들 수 없는 밤, 도시의 불협화음은 때로 제법 매력적인 배경음악이 될 수도 있는 법이었다. 레이나는 밖으로 손을 뻗어 담뱃재를 털어내고 몸을 기울였다. 욕설이 한 번 더 들린 것을 보니, 어느 가엾고 불행한 행인이 담뱃재를 맞은 모양이지만 그녀 때문인 걸 모르는 듯 하니 상관 없었다. 레이나는 며칠 전 새로 바꾼 창틀에 담배를 지져 불을 껐다. 새 것 특유의 냄새와 매캐한 냄새가 섞여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텅 빈 생활 공간, 그곳에서도 중간에 놓인 붉은 쇼파는, 제법 넓기 때문에 망가져버린 침대 대신으로 써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지만, 동시에 너무 커서 움직이기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위로 보면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로 놓여 더그와 릴리스가 누누이 옮겨줄까? 하고 물었으나 레이나는 매번 손을 저었다. 귀찮은 게 싫기도 하고 그건 그것 나름대로 괜찮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여왕님?


  쇼파 너머에서 잠에 취한 목소리가 들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레이나는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돌리고, 창틀에서 내려와 쇼파로 다가갔다. 키스할 생각을 하니 방금 전 담배를 핀 것이 조금 후회되기도 했지만, 더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리라 믿었다. 의자를 끌어 쇼파 뒤에 앉은 채로 손을 뻗었다. 어두웠기 때문에 촉감에 의지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레이나는 더그의 손을 깍지껴 잡았다.


  안 자?

  깨웠어?

  옆에 없길래.


  사랑스럽기도 하지. 장난스러운 말에 더그가 레이나의 손을 끌어 입 맞췄다. 얼핏 보니 눈은 여전히 감겨 있어, 의식의 반은 여전히 꿈을 헤매는 모양이었다. 레이나는 손을 풀고 입술과 코, 눈, 이마를 차례대로 건드린 뒤 그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레이나. 탁한 목소리가 제 이름을 부른다.


  나는 항상 여왕님 곁에 있을 거야.


  손 사이로 머리카락이 흩어지기 무섭게, 더그의 손이 다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레이나는 대답 대신 쇼파 너머로 몸을 더욱 숙이며, 그녀의 사랑스러운 충견에게 입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