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1220
doriha
2016. 7. 6. 16:08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로 보이지 않았다. 항상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 차 있어 도리어 무미건조했던 시야가 이제는 아무런 색도 없었다. 눈을 감고 있는 수준이 아니라, 그보다 더 어둡고 깊은. 끝이 어딘지 차마 가늠할 수도 없을 듯한. 손을 들었다. 이제 나는 내 손을 볼 수 없다. 손을 앞으로 뻗었다. 이제 나는 내 앞에 있는 것들을 볼 수 없다. 뻗었던 손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이제 나는 내 얼굴을 볼 수 없다.
얼굴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들. 이제껏 내가 봐왔던 것들도, 봐야 하는 것들도.
더 이상 나는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