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27
째깍째깍, 시끄럽지만 규칙적인 소리를 내던 초침은 수명을 다한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 움직이지 않고 쉼없이 도로를 달리던 차들은 숨죽인 채 가만히 서 있다. 제 갈 길을 가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는 회사를 가는 그대로, 누군가는 친구와 전화를 하는 그대로, 누군가는 넘어지는 도중 그대로 굳었다.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머뭇거리며 굳어진 사람을 만졌다. 차가운 피부는 서늘한 공기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피부. 생각한 것처럼 딱딱하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더욱 괴리감이 짙었다.
시간이 멈췄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의 시간이 멈췄다.
왜 나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멈췄는지 알지 못한다. 어느 때에, 기묘한 느낌이 들어 문득 시계를 바라보자 째깍거리는 소리가 없었다. 초침이 쥐죽은 듯 멈춰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이 소리도 없었다. 주위는 고요했다.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없다. 영화나 소설에서나 보던 것이 벌어졌으나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그저 두렵다. 무섭다. 공포스럽다. 혼란스럽다.
아무런 소리도 없고 아무런 기척도 없다는 건 생각보다 더 거대한 공포를 불러 일으켰고, 그 공포는 나를 공황상태에 빠지게 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이런 상태가 계속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런 상태가 지속될 리가 없다. 적어도 한 명은 있겠지, 나만 이런 상태가 되었을 리가…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아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그러나 비명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만 맴돌았다.
멈춰진 시간은 여느 영화나 소설처럼 낭만적인 것이 아니라, 내게 있어서는 그저 공포고 두려움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