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0107

doriha 2016. 7. 6. 15:32

“그만 좀 울어.”

“너라면, 킁, 안 울게 생겼나?”


코 맹맹이 소리로 말하는 친구의 말에 할 말을 잃고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병원의 벤치는 그늘이 져 따갑기까지 한 햇빛을 막아주기엔 적절했지만 헐렁한 하얀색의 병원복을 입고 있는 환자들의 그늘을 덜어주는 데에는 적절하지 않은 듯 보였다. 식수대 주변에 몰려있는 벤치에 앉아있거나 근처에 서 있는 환자들의 얼굴에 걱정근심이 가득하다. 간혹 웃는 얼굴이 보인다 해도 진심으로 기뻐서 웃는 얼굴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내 눈에는.


“진짜 어떡하냐… 신도 못돼쳐먹었지. 다른 나쁜 놈 다 냅두고 그렇게 착한 애를. 아, 진짜…”

“그만 좀 울라니까…”

“넌 슬프지도 않냐?”


윽박지르듯 내뱉는 친구를 바라보려다 그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손을 들어 얼굴을 미친 듯이 비볐다. 슬프지 않은 게 아니었다. 나도 친구만큼 그 애를 사랑하니까. 사실은 말할 기력은 물론이거니와 앉아 있을 기력도 없었지만 옆에서 씩씩거리는 친구가 느껴져, 여전히 얼굴에 손을 댄 체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 맥이 빠져 내가 듣기에도 낮게 들렸다.


“네가 옆에서 울면 나도 울 것 같으니까…”

“……”

“제발 울지 말라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친구의 씩씩거림이 멎었다. 침묵 속에서, 나는 가늘게 떨리는 숨을 내뱉고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