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0108

doriha 2016. 7. 6. 15:33

“과자…”

“안 돼.”


네라는 라일리가 읽고 있는 책 옆에 있는 과자 상자를 간절하게 바라보며 중얼거렸지만 여전히 라일리는 단호했다. 책에서 눈도 안 떼고, 여전히 태평하게 책장을 넘기면서 말하니 과자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과 먹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 라는 뜻을 전달하려는 게 분명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네라가 과자를 포기한다는 것은 또 아니었지만. 애초에 네라 만한 또래가 과자를 포기하는 걸 라일리는 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과자를 준다고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라일리.”

“안 된다고 했어, 네라.”


더 단호해진 목소리에 네라는 풀죽은 얼굴로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입을 다물었다.

벌써 이틀째였다. 하루에 30분만 과자를 먹기로 해놓고서 그 시간을 초과한 게. 그리고 하루에 30분만 과자를 먹기로 했던 약속을 한 지도 이틀째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약속을 해놓고서 그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그것만으로도 라일리가 네라의 과자를 엄호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네라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렇지만, 과자는 정말로 먹고 싶은 걸. 인상을 찡그리고 눈만 올려 라일리를 바라보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눈을 축 내리고, 눈가를 촉촉하게 만드는 것. 슬픈 생각만 하면 눈물은 쉽게 나왔으니 다행이였다. 더군다나 과자를 못 먹는다는 건 매우 슬픈 일이라 감정을 이끌어내기도 쉽다.


“다음부턴 진짜 안 그럴게. 라일리, 응?”

“……”

“…라일리…”


하아. 가벼운 한숨소리와 함께 책이 덮히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라일리가 안경을 벗음과 동시에 네라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슬그머니 허리를 폈다.


“딱, 오늘 만이야.”

“만세!”

“다음부터 약속 안 지키면 그땐 오늘 만이고 뭐고 없어, 네라.”


슬그머니 상자를 미는 손길에 네라의 눈은 이미 과자로 가득 차 있다. 네라가 자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라일리는 다시 한숨을 뱉어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