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708 Lullaby
Lullaby
이녹
2년 전, 집 밖에서 들렸던 엄청난 폭발음을 소년은 잊지 않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 폭발음을 잊지 못했겠지만. 하늘이 울리고 땅이 울린 폭발이었다. 무엇이 폭발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그 직후 찾아왔던 침묵은 지금 생각해도 절로 몸을 떨게 한다.
소년은 눈을 깜박이고 때 묻은 손을 들어 천장을 따라 선을 그어 보았다. 소년의 발치에는 커다란 운석이 떨어져 있었고, 천장은 그 운석으로 인해 뚫려 기하학적인 형상을 그려냈다. 예전부터 수학을 좋아했던 소년에게는 썩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빠.”
“응.”
소녀의 힘없는 목소리에 서둘러 고개를 숙인다. 바싹 마른 입술이 가슴이 저릿하도록 안타까웠지만 더 이상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물은 고사하고 식물마저도 찾을 수 없어 며칠동안 배를 곯고 있는 중이었다. 제 옆에 앉은 소녀의 머리칼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조금이라도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하기 위해 돌무더기 위에 앉았지만 별반 도움은 되지 않는 것 같다. 당연한 거겠지만. 소년은 자신을 향해 헛웃음을 흘렸다.
“나 자장가 듣고 싶어…”
“자장가?”
“응, 엄마가 들려주셨던 거 있잖아.”
느릿하고 나른한 목소리가 죽은 제 어미를 언급하는 것에 내색하지 않았으나, 소년은 내심 놀랐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크고 작았던 운석들은 건물을 무너뜨리고, 온갖 생명체를 죽이고, 자신의 부모님마저 죽였다. 소녀는 그 날 이후로 부모님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마치 그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소년은 이유 모를 불안감에 입술을 축이고 인상을 찡그렸다. 초록색의 맑은 눈동자가 집요하게 소년을 바라본다. 소년이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소녀는 그제야 눈을 감았다.
“자장 자장 노래를 들으며,”
“……”
“옥같이 어여쁜 우리 아가야…”
잠이 오지 않는다고 투정 부릴 때면 매번 이 노래를 들려 주셨지. 풍성하면서도 거친 음색을 들으면 얼마나 잠이 잘 왔는지, 매일 듣고 싶을 정도였다. 소년은 자신의 엄마가 그러했던 것처럼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느샌가 제 오른손을 잡은 소녀의 손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소년은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귀여운 너 잠 잘 적에…”
어쩌면 직감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는 척 하면서 먼 미래를 내다 보았을 지도. 소년은 파르르 떨리는 눈을 어찌할 줄 모른 채 계속 소녀의 머리칼만 쓰다듬었다. 점점 무거워 지는 것이 다만 착각이기를 바랐다.
툭, 하고 떨궈지는 손이, 단지 잠에 들었을 뿐이기를.
“하느작 하느작 나비 춤춘다…”
소년은 입을 다물고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길도 멈췄다.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숨소리조차 없는 고요한 밤이었다. 소년은 소녀의 치맛자락에 얼굴을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