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104 형사
“순 또라이 새끼야.”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치고 들어오는 말에 나는 들었던 숟가락을 든 채로 멍청히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의 말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예상치 못한, 그리고 가감 없어 깔끔하기까지 한 그 욕설이란 아주 잠시 동안의 의식을 정지시키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후두둑 떨어지는 국물이 행여나 테이블에 닿을까 싶어 우선 입 안으로 숟가락을 밀어 넣었다. 얼큰한 국물이 간밤의 숙취를 덜어주는 듯 했다.
“그 정도에요?”
“어. 너 사건 제대로 안 봤지? 하여튼, 새끼, 뉴스 정도는 꼬박꼬박 챙겨 보래도.”
“시간이 어디 있다고…”
“게임 기록 깨는 시간은 있고?”
“아, 그건 그거죠.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유희 시간.”
“말은 잘 한다.”
금방이라도 붕, 하는 소리와 함께 숟가락이 머리통으로 떨어질 것 같아 얼른 고개를 숙이고 푹 젖은 밥을 퍼 올렸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댔어요, 하는 묵언의 항의인 셈이었다. 그게 먹힌 건지 아니면 때릴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 건지(실토하자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곧 선배의 숟가락은 뚝배기 그릇 옆에 얌전히 놓여졌다.
“아무튼 그건 왜?”
“아니, 이번에 소속이… 바껴서…”
“너 또 사고 쳤냐?”
“아니거든요.”
“근데?”
말하기 싫은데. 깍두기를 집어 들고 입을 우물거리다 ‘안 말하면 억지로라도 말하게 하겠다’라는 의지가 명확해 보이는 눈에 결국 입을 열었다. 아, 쪽팔리게.
“술 취해서…”
“허이고, 아주 자알~ 한다. 잘 해. 내가 너 술 마시지 말라 그랬지.”
“어떻게 술을 포기해요. 대한민국 국민 음료를!”
“지랄이 풍년이네.”
삼 년 전 내가 강력반으로 갓 들어왔을 때 바로 직속 상사였던 김 선배는 대한민국 형사의 표본에서 조금 더 더러운 성격과 매서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범인 검거할 때만 쓰이면 참 좋으련만, 이렇게 후배 잡을 때도 쓰인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저 눈빛으로 사람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나는 말대꾸를 하기 보단 얌전히 입을 다물고 더 이상의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너 들어오고 세 달 됐을 때 부장님 가발 잡고 쳐웃었던 거, 나는 아직도 소름이 쫙 돋는데 말이다. 야, 그땐 그래도 아무 것도 모르고 그랬겠거니, 했지 육 개월 됐을 때는…”
“아, 그만 그만. 그 때는 진~짜 생각하기도 싫거…”
“…부장님 앞에서 오줌이나 휘갈기고.”
“으아아악, 나 아직 밥 먹는 중인데!”
“등신 새끼. 니가 한 짓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뭐, 임마.”
흥, 하고 콧웃음을 치더니 빨리 먹으라는 듯 제 텅 빈 뚝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 저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