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이 떠나가기 전, 마지막 오 분.
<기억이 떠나기 전, 마지막 오 분.>
이녹
마지막 5분 남았어요. 자아, 이제 준비는 끝났고, 당신 마음의 준비도 끝난 것 같네요. 그럼 이제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나요? 아차차, 그 전에 하나만 약속해주세요. 내가 묻는 질문에는 무엇이든지 답하기. 질문에 답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이 정도 일에 그 가격인데, 묵비권을 행사하면 그것도 너무 하잖아요. 좋아요, 꼭 대답해야 해요? 아, 하는 이유요? 글쎄. 심심하니까?
당신이 기억을 지우는 이유가 궁금해요. 물론 내 실력은 뛰어나니까 부분적인 기억이 지워진다고 해도 괜찮을 거에요.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나도 이 일을 하고 있지만 기억을 지우고 싶다라고까지 생각해 본적은 없거든요? 이해를 못한다고 할까. 내가 워낙에 내 일도 타인의 일같이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어, 그러면 안 돼요. 반드시 대답해주겠다고 약속 했잖아요. 난 여차하면 이 상태에서도 기억을 지우는 장치를 해제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구요?
…뭐라구요? 잘 안 들려요, 조금만 더 크게. ……아아, 그래요. 그랬군요. 그런 이유라면야 조금 이해가 될 법도 해요.
그렇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른 걸요. 이런, 그렇다고 환불을 하려는 생각은 하지 말구요. 부모님이 사라진 게 고통스러운 건 나도 이해해요. 하지만 부모님이 없는데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게 더 괴롭다고 생각해요. 물론 당신 자신은 모르니까 그렇지 않겠죠. 하지만, 흐음. 아,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결정에 번복은 없고요? 그래요.
끔찍한 기억이 사라짐으로서 즐거운 삶이 되기를. A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