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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30 창문
2016. 1. 18. 00:29 category : 2015

너를 죽이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어. 그 중에는 너를 정말로 아는 사람도 있었고,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을 죽여.

……

너일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 너는….


핑계처럼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실처럼 들리지도 않았다. 사실 그녀에게는 이 상황이, 그리고 그의 존재 자체가 이야기 속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의 모습은 어둠 속에 파묻혀 어렴풋한 인영 밖에 보이지 않았으므로 더욱 그랬다. 이건 꿈일까? 꿈일 지도 모른다. 그의 목소리는 피곤함이 묻어날 뿐 마지막 만났을 때와는 다르지 않게 들렸다. 너는 어쩜 달라진 게 없구나. 그녀는 그렇게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는 한 시라도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자신을 죽이든, 아니면 도망을 가든, 어떤 식으로라도.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나를 죽일 거야?


어긋난 목소리가 서로에게 닿았다. 그녀는 단 한 번도 그가 자신을 죽이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물으면서도 그가 자신을 죽일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생각하는 대신 고개를 젖히고 천장을 바라보았고, 그는 그녀를 보는 듯 했다. 어쩌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모르겠어.


단조로운 목소리가 그대로 미끄러졌다. 대답한 뒤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여전히 그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너, 정말 달라졌구나.


부러진 나뭇가지 같은 목소리였다.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창문이 닫혔다.

별은 보이지 않아. 그녀는 닫힌 창문을 바라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