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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15
2016. 7. 6. 16:07 category : 2011

높은 하늘 한켠에서 태양이 불타 올랐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날씨가 지나치게 좋다. 무언가를 하고, 누군가와 놀러 가기에는 적절한 날씨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날씨. 불행인 걸까, 행운인 걸까? 허리띠에 찬 칼을 바라봤다. 사물은 아무런 답이 없다. 하기사,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이지. 숨죽여 웃고 손을 들어 칼의 손잡이를 만졌다. 햇빛 덕분에 그렇게 차가운 느낌은 없었다. 다만 익숙한 느낌만이 전해질 뿐.


“제군들.”


입을 열어 중얼거린다. 조금 소란스럽던 분위기가 단숨에 조용해졌다. 나는 다시 소리없이 웃었다.

평온하고 안락한 일상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날씨에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라고 언제나 전쟁터에 산 것도 아니거니와 전쟁을 즐길 만한 사람도 못 되므로. 부드러운 바람, 햇빛, 온기, 웃음소리. 그런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잃기 어려운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도. 눈을 감았다. 아직도 눈커풀 아래에서 너울치는 광경을 지울 수가 없는데……


“우리는 오늘,”

“……”

“죽기 직전까지 싸운다. 그리고 살아서 돌아간다.”


칼집에서 칼을 뽑았다. 은색 칼날은 햇빛 아래 찬란하게 반짝인다. 적들은 그것을 주시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묻히고 곧 그네들의 숨통마저 앗아갈 물건을.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우고 칼을 잡은 손에 다시 힘을 주었다. 살아야 한다,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죽는다고 해도, 해서 누군가는 눈물 짓는다고 해도.


“반드시.”


반짝이는 태양 아래, 전쟁의 직전에서.

나는 살아서 돌아갈 것을 결의하고 맹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