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리, 라일리는…”
한 박자 늦게야 고개를 들고 왜, 라고 묻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라일리를 보던 네라는 잠시 입을 다물고 라일리의 얼굴을 가만히 주시했다. 분명 무표정인데 묘하게 졸린 듯한 티가 나는 게 어디선가 보았던 ‘나른한 표정’이 이런 느낌인 건가 싶다. 더군다나 안경까지 쓰니까 딱 모범생 티가 나고… 옷도 못 입는 편도 아니고…… 잘 생긴 건가? 아니면 예쁜 거야? 어느새 인상을 찡그리는 네라를 이상한 눈으로 보던 라일리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말을 했으면 용건을 말해야지, 네라.”
목소리도 좋구나. 어느새 다른 데로 새버린 생각을 갈무리한 네라는 그제야 본론을 입에 열었다.
“몇 살이야?”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라일리는 잠시 멍해진 기분을 간신히 추스리고 대답없이 네라를 바라보기만 했다. 똘망똘망한 눈이 답을 말해달라는 듯이 뚫어져라 자신을 좇고 있다. 몇 살이냐니, 나도 내 나이를 모르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나이 세는 건 진즉에 그만뒀구만. 흘러내리는 안경을 추켜세우고 마지못해 느리게 입을 열었다. 얼굴 나이가 대충 몇 정도 되더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뭐야, 그게. 진짜 나이 몰라?”
“비밀이야. 초특급 비밀.”
불퉁하게 입술을 내미는 게 삐진 게 뻔하긴 했지만, 진짜로 모르는데 어쩌라고. 할 말을 잃은 네라는 다시 책을 보는 라일리를 한참 바라만 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