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느리게 운을 떼는 그녀의 입술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손도 흘러가는 물마냥 느리고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마치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공간만 외따로 있는 듯 이질적이게 느껴질 정도다. 평소라면 치미는 거부감에 단박에 헤쳐 나왔을 것을 어쩐 일인지 나는 쉬이 뿌리치지 못하고 그저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그녀의 손은 부드러웠으나 동시에 아주 차가웠다. 말을 하고 있지 않고 눈을 뜨고 있지 않았더라면 흡사 시체의 그것이라고 착각했을 정도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
생각했어.
띄엄띄엄 내뱉어지는 말은 그 내용과는 별개로 차분했다. 동시에 내 숨을 누르는 듯 위협적이었다. 나는 그 말을 유달리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긴밀하게 반응했다. 연쇄작용과도 같았다. 내 볼을 쓰다듬은 손이 곧 아무 미련 없이 떨궈졌다. 그제야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급하게 토해내는 숨이 열에 들떴다. 그녀는 빙그레 웃었다. 두 눈이 휘어져 눈동자가 보이지 않아, 나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뿌연 안개를 걷어내는 기분이었다. 입을 여는 것도 버거운 중압감이 나를 짓누른다.
지금은?
그제야 얇게 드러나는 눈동자는 그러나 의뭉스러움을 한껏 담았다. 마치 조소하는 것처럼.
글쎄.
……
어떨까?
어느새 그녀의 손이 내 목을 휘어 감았다. 흡사 뱀과 같다. 나는 그저 숨을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