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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스타트렉 괴담 모음집
2017. 1. 17. 00:30 category : slash

해시태그(#스타트렉_괴담)로 풀었던 것들


1. 종종 아무도 없는 새벽, 꺼진 통신기에서 심한 잡음과 함께 구조 신호가 올 때가 있다. 간혹 잠에서 깬 크루가 이 구조 신호를 보낸 함선과 좌표를 추적하다 보면 오래 전에 행방불명 된 함선이 나오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번번이 무시했다가 우연찮게 알게 된 함장의 명령에 따라 좌표로 가보았지만, 그 좌표는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오래 전 이곳에 함선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잔재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2. 개인실이 있는 곳에 기록되지 않은 방이 하나 있다. 대부분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는데 이따금 그 방의 문을 열었다는 크루들이 종종 나오고 그 크루들은 며칠 뒤 반드시 크고작은 사고를 당하거나 심한 경우 죽기도 함. 이상한 건 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항상 소문만 무성하고 직접 본 것을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부러 찾아가려고 하면 찾을 수 없고. 소문에는 가장 처음으로 그 방을 본 크루는 정신이상으로 하선했다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름.


3. 일전에 구조 신호를 받고 M급 행성으로 내려갔던 크루들이 단체로 이상 신호를 보여 급하게 함선으로 와 치료를 받았던 적이 있는데, 원인은 탐색기에 걸리지 않은 공기 중에 떠 다니는 이상 물질 때문이었다. 그 행성에서만 자라는 식물에서 비롯된 일종의 환각성 물질. 각자 나타난 증상과 보게 된 환상은 제각각이었으나 공통적으로 울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고 진술. 긴 머리의 스타플릿 옷을 입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동일했다. 그러나 그 행성에 남아 있는 생명체는 없었으며 설령 있었다고 해도 최소 백년 전일 것이라고 과학부는 진술했다. 그럼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4. 함선 내부를 돌아다니는 기록되지 않은 크루가 나와 브릿지로 잡아 와 어떻게 들어왔으며 누구인지 물었더니, 본인은 이 함선의 크루이며 이미 임무를 여러번 수행했다고 주장. 최근에 이루어진 임무를 서술하는 것으로 보아 거짓은 아니나 그 어떤 기록에도 이 크루의 이름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당연히 근처의 스타플릿 기지가 있는 행성에 강제 하선. 차후에 찾아봤더니 몇십 년 전 행방불명 된 함선의 크루였다.


5. 크루들은 가끔 풀 냄새와 바람을 느끼고 뒤늦게야 이상함을 깨닫는다.


6. 워프가 불안정했던 시기, 한 과학자가 워프를 시도했다가 10초 뒤에 그야말로 폭삭 늙은, 나이로 따지자면 100년은 더 먹은 듯한 모습으로 돌아왔던 때가 있다. 외형과 입고 있던 옷은 동일했으며 다만 나이가 든 모습으로. 그 과학자는 "오, 드디어."라는 단 한 마디를 내뱉고 바로 사망했다고 한다.


7. 기술부 크루들이 함선을 점검하기 위해 행성에서 내려 함선의 바깥 면을 확인할 때마다 손톱 자국과 비슷한 자국을 볼 때가 종종 있다. 특히 문을 중심으로.


8. 그 어떤 신호를 받아도 응답하지 않는, 그러나 멀쩡히 운항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함선이 있었다. 지나치게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어 브릿지를 보기 위해 확대했더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쉴드 역시 올려져 있지 않았으므로 확인했으나 생명 신호 역시 전무. 강제로 함선과 함선을 연결해 들어가자 모든 시스템이 정지했고, 함선을 움직일 만한 에너지 역시 오래 전에 동나 있었다. 함선을 움직이는 건 누구, 혹은 무엇이었을까?


9. 휴식 시간에 개인실에서 쉬던 크루들이 기이한 신호음을 들은 뒤 개인실에서 나오면 같은 함선인데도 불구하고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다.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가면 모두가 그를 반기지만 정작 그는 전부 모르는 얼굴 뿐. 시간이나 목적지를 물어도 에둘러 피하거나 응답하지 않는다고 한다. 브릿지에 가면 모두가 앞, 혹은 화면만 본 채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고, 창 밖을 통해 보이는 우주는 유달리 까맣고 빛이 없다. 목적지는 설정되지 않았고 시간 역시 불명. 개인실로 돌아와 문을 열었다가 닫으면 다시 본인이 아는 그 함선으로 돌아온다고. 이러한 일은 몇 년에 한 번 꼴로, 같은 개인실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10. 같은 함선에서 일하던 사랑하는 이를 사고로 잃은 크루가 반복적으로 "밖에서 그 사람이 자신을 기다린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말하는 밖은 당연히 사람이 존재할 수 없는 우주. 닥터는 충격으로 인한 착란 증세라고 명명했으나 반복적인 주장을 제외하면 놀랍도록 멀쩡했다. 며칠 뒤 그는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해치를 열어 밖에 나갔고 이상 증세를 발견한 사람들이 모여 들었으나, 그가 나갔을 거라고 추측된 우주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사라졌다.'


11.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탐사복의 통신기에서 '거기 누구 없어요? 아무도 안 들리나요? 이곳은……'이라는 내용의 통신이 반복적으로 들렸던 때가 있다. 통신이 읊어주는 좌표로 찾아갔더니, 스타플릿 창립 초기에 워프를 이용해 홀로 탐사를 나갔다가 행방불명 된 탐사원. 그녀는 몇 년, 어쩌면 몇십 년에 걸쳐 통신을 보낸 것으로 추정되나 도착한 통신은 단 하나, 그것도 몇십 년 후의 것으로. 별다른 장애물이 없었는데도 어째서 통신이 지금에야 도착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12. 트랜스포터를 이용했던 크루들 가운데 '신체의 일부가 바뀐 것 같다'고 호소한 크루가 있었다. 그러나 검사 결과 정상으로 나왔으며 혼란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메디베이에 있었다가 업무로 복귀했다. 며칠 뒤 크루들 사이에서 무차별적인 살해가 있었는데 범인은 바로 그 크루. 열 명이 넘는 크루들을 죽이고 본인의 신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울다가 결국 자살했다.


13. 지구에서 건조된 함선은 간혹 몇백년 전의 신호를 잡을 때가 있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이고 기계 역시 전혀 다르니 과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신호에 귀를 기울이면 포탄 소리와 비명 소리, 흐느끼는 소리, 살이 뚫리고 찢기는 소리 등 전쟁이 있었던 시기로 추정된다. 상대방인 이쪽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넘어오는 소리는 매번 달라진다고. 지상에서 근무하는 통신 장교들은 의례처럼 한 번 씩은 듣는다고 한다.


14. 간혹 죽은 크루들의 이름으로 통신이나 보고가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경우, 그 어떤 말도 하지 말고 "수고했어. 하선해도 좋아."라고 말하는 것이 모든 함선의 암묵적인 룰.


15. 엔터프라이즈 호에는 기록되지 않은 복도가 있는데 매번 그 위치가 달라지고 실체를 알 수 없어서 기록할래야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랜덤으로 나타나 발을 디디는 순간 '아, 그곳이구나.'라는 걸 깨닫는다고. 복도를 따라 계속 걷다 보면 텅 비어 있는 브릿지가 나온다. 창 밖은 산산조각 난 요크타운과 주위의 행성, 함선의 잔재. 그리고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이후로도 더 보이는 것이 있다고는 하나 그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 크루는 길게 버티지 못하고 하선하거나 정신을 놓는다고 한다.


16. 칸 사태 이후 커크는 종종 꿈 속에서 칸을 본다. 요크타운 사태 때 오랜 만에 꿈 속에 나온 칸은 "발타자르 에디슨이 네 미래가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 있지?"라고 물었고 커크는 대답하지 못한 채 꿈에서 깼다.


17. 도플갱어가 돌아다니는 함선이 있는데, 이 도플갱어를 보고 놀라거나 아는 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철칙이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도플갱어인 것을 언급했다가 며칠 뒤 일체의 손상 없이 신체의 기능만 정지 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바로 다음 날에도 멀쩡한 모습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18. 이미 파괴된 행성에서 구조 신호가 왔던 때가 있다. 그 신호를 끊지 않고 끝까지 들은 캡틴은 "미안합니다."라고 중얼거렸고 그러자 신호는 바로 끊겼다.


19. 스타플릿에서 기록되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호의 위치는 몇십 년 째 네로 함선이 파괴된 곳이다. 엔터프라이즈 호는 시간의 왜곡으로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몇십 년 동안 계속. 어쩌면 영원히.


20. 뇌파가 꽤 역동적인데요. / 우리가 자극을 주었으니까요. 즐거운 항해 중이겠죠. / 아, 며칠 전 실수로 죽었던 뇌는 잘 살려냈나요? / 커크 말이죠? 물론이죠. 지금은 잘 살아 있어요. / 다행이네요. 처음으로 실험했던 뇌라 애착이 깊거든요.

20-1. 과학자들은 여러 개의 뇌를 따로 보관하여 같은 자극을 주는 실험을 진행 중이고, 각 실험 개체, 즉 뇌에게는 일종의 이름이 붙는다. 커크, 맥코이, 스팍, 우후라 등등.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간혹 있는 실수를 제외하면.


21. 행성 B-355에 탐사하기 위해 내려온 크루들은 비교적 발전된 문화를 가진 행성의 거주민들에게 이례적일 정도로 큰 환영을 받았다. 모든 크루들은 얼떨떨해하면서도 즐거워 했는데, 한 크루는 유독 희게 질린 얼굴로 어서 돌아가야 한다고 채근했고, 결국 모든 크루들은 예정보다 더 빨리 돌아와야 했다. 이유를 물으니 "며칠 전에 죽은 크루와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있었다"라고.


22. 모든 함장들에게는 암묵적으로 전해지는 규칙이 있다. 파란 경찰 박스를 가진,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람의 말은 어지간하면 수용하되 완전히 신뢰하지 말 것.


23. 함선에 오르는 크루들 가운데 우주를 보고 심해공포증을 느껴 하선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그들 중 몇몇은 실제로 물에 빠진 듯한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어떤 크루의 신체 내부에서는 실제로 바닷물과 비슷한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24.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함장이 목적지가 바뀌었다며 직접 좌표를 입력하고 시덥잖은 농담을 건넸다.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평소보다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잠시 뒤 함장이 뭐가 그렇게 즐겁냐는 목소리와 함께 브릿지로 돌아온다. 방금 전까지 함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크루들은 어리둥절하여 함장석을 바라보지만 텅 비어 있고 그 누구도 목적지를 바꾸고 농담을 건넨 함장의 얼굴과 목소리를 기억하지 못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황급히 좌표를 확인해보니 목적지는 블랙홀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이 역시 크루들 가운데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